얼굴 없는 J팝 스타 아도, “12살 크리스마스 선물이 내 음악 인생의 시작”

얼굴 없는 J팝 스타 아도, “12살 크리스마스 선물이 내 음악 인생의 시작”

크리스마스 아침, 산타클로스가 다녀간 흔적은 어린 소녀에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을 선물했다. 12살의 아도는 머리맡에 놓인 마이크와 노트북 등 녹음 장비를 발견하며 꿈에 부풀었다. 그 장비를 통해 그녀는 자신만의 노래를 녹음하고 온라인에 올리는 여정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아도가 음악에 열정을 느낀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원래 그림을 좋아했지만, 친구들의 비판에 자신감을 잃고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되었다. 공부와 운동에서도 특별한 재능을 찾지 못했던 아도는 절망 속에서 일본의 동영상 플랫폼 ‘니코니코 동화’에서 활동하는 ‘우타이테’를 알게 되었다. 우타이테는 노래를 커버해 영상을 올리는 아마추어 가수들로, 아도는 자신도 할 수 있겠다는 용기를 얻어 노래를 시작했다. 그녀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녹음 장비를 소원으로 적었고, 그 소원이 이뤄지며 음악 인생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

지난달 28일, 아도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음악 여정을 회상했다. 그녀는 24일 고양 킨텍스에서의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로 이동 중이었다. 인터뷰에서도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아도는 이미지 캐릭터로 활동하며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나이는 2002년생 여성이라는 것만 알려져 있을 뿐, 공연에서도 실루엣만을 드러낸다.

12살의 아도는 산타클로스의 선물을 받고 바로 녹음을 시도했지만 사용법을 몰라 혼자 인터넷을 뒤져가며 독학했다. 옷장 안을 녹음실로 꾸미고 그곳에서 노래를 연습했다. 중학생이 된 14살에 첫 노래를 온라인에 올렸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며 더 많은 곡을 업로드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작년 발표한 커버곡 앨범 ‘아도의 우타테미타 앨범’ 표지에 처음 사용했던 옷장 녹음실의 그림을 넣으며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아도는 우타이테로 큰 인기를 얻은 뒤 2020년 오리지널 곡 ‘시끄러워’를 발표하며 메이저 가수로 데뷔했다. 이 곡은 유튜브 조회수 1억 회를 돌파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애니메이션 영화 원피스 필름 레드의 주제가를 맡아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현재 그녀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641만 명에 달하며, 일본 가수 중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도의 인기는 뜨거웠다. 첫 내한공연은 2분 만에 매진되었고, 그녀는 공연에서 한국 팬들의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한국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저도 너무 기뻤어요. 한국 방문을 손꼽아 기다렸기에 가고 싶은 곳 리스트도 만들어놨죠. 특히 닭한마리와 바나나우유가 정말 맛있었어요.”

아도는 청아한 목소리부터 거친 음색까지 자유롭게 표현하며 감정을 담아낸다. 그녀는 “보컬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지만, 우타이테들의 창법을 따라 하며 연습했다”며 “노래는 창법에 따라 감정이 달라진다. 한 곡 안에서도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려고 음색을 바꿔가며 노래한다”고 말했다.

한국 공연에서도 그녀는 한국어로 꽤 긴 멘트를 준비해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아도는 “평소에도 한국에 관심이 많았고, 케이팝을 좋아해 한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다”며 “다음에는 더 유창하게 소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오는 4월, 아도는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여성 솔로 아티스트로는 처음으로 단독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그녀는 아시아 투어를 시작으로 유럽과 미국에서도 공연을 이어가며 일본의 보컬로이드와 우타이테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목표를 품고 있다. “국립경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된 것이 자랑스럽고, 세계를 향한 도전도 기대돼요. 앞으로도 저만의 음악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